경기 화성에 위치한 국내 환기가전 1위 업체 힘펠. 본사 건물에 들어서기 전 휴대용 공기질 측정기 전원을 켰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383PPM을 가리키며 파란색(좋음) 불빛이 들어왔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측정기 수치는 곧장 1344PPM까지 치솟으며 불빛이 노란색(나쁨)으로 변했다. 밀폐된 공간에 사람이 진입하자 순간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 것이다.
대표이사 집무실로 향하자 곳곳에서 가동 중인 다양한 환기장치가 눈에 들어왔다. 측정기에 뜬 이산화탄소 농도는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하더니 초록색(보통)으로 변했다. 말이 많아지거나 날숨을 거세게 내쉴 때 일시적으로 수치가 상승했지만 금세 낮아졌다. 김정환 힘펠 대표는 "환기시설이 없었다면 고농도 이산화탄소에 장시간 노출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989년 설립된 힘펠은 국내 환풍기 시장 1위 업체다.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고 실외 공기는 필터를 통해 여과해 깨끗해진 공기만을 들여보내는 환기 시스템 분야에서 국내 최고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환기 시스템은 미세먼지를 비롯해 이산화탄소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까지 제거한다는 점에서 공기청정기와 차별화된다.
김 대표는 "대부분 자연 환기 대신 공기청정기를 선택하고 있는데, 실내 공간의 내부 공기만 순환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고농도 이산화탄소와 VOCs 같은 유해물질 제거에는 한계가 있다"며 "밀폐된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높아진 이산화탄소 농도는 컨디션 저하와 두통, 인지능력 저하 등 인체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기업 구글은 환기율이 높고 VOCs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을 때 인지능력이 향상된다는 데 주목해 사내 관리팀에서 실내 공기질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는 많은 가구가 환기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힘펠에 따르면 국내 약 500만가구에 환기 시스템이 설치돼 있지만 실제 사용률은 20%도 안 된다. 환기 시스템 사용법에 대한 정보와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힘펠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동안 환기 시스템은 주로 건설사가 고객인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높은 수요를 보여왔다.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원룸 등에 주로 설치돼왔는데 최근 환기 시스템 의무 설치 대상이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으로 확대되면서 힘펠은 다양한 공간에 적합한 환기 시스템을 독자 개발했다.
힘펠 환기 시스템에는 열에너지를 맞바꿔줌으로써 냉난방에서 손실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열회수 기술이 적용됐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창문을 열어 자연 환기를 하면 열에너지가 실내 오염 공기와 함께 외부로 배출되면서 에너지 손실을 일으킨다"며 "힘펠 제품은 실내 공기가 전열교환기를 지나면서 열에너지가 회수돼 환기에 의한 실내 냉난방 에너지 손실을 줄여준다"고 강조했다. 실내 겨울 난방 에너지의 최대 82%, 여름 냉방 에너지의 최대 76%를 회수할 수 있어 에너지 절약에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힘펠은 주력 제품인 환기 시스템과 욕실 복합 환기가전에서 더 나아가 각 방 제어 환기 시스템, 주방 후드, 이산화탄소 측정기, 드레스룸 빌트인 제습기, 현관 청정 시스템 등 다양한 환기가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B2C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소비자가 복합환기가전뿐만 아니라 환기 시스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대형마트 입점, 쇼룸과 체험형 홍보관 운영을 통해 유통망을 확장하고 소비 트렌드에 맞춰 렌탈케어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연호 기자] yeonho8902@mk.co.kr
출처.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business/11113403